손오공, 여인국에 가다

‘서유기’는 중국 4대 고전소설 중에 하나이다. 16세기에 창작된 이 작품은 당 왕조의 한 승려와 그의 제자들이 불교경전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일행은 정신 수행의 길을 끝마치기 위해서 81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많은 경우 곳곳에서 당승을 납치하려는 요괴와 마귀들 때문에 일어난다. 바로 당승의 살점 하나만 먹어도 영생을 얻게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여인국에 간 일행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인기가 때론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손오공이 항상 스승의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

여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당승과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가 여인들만 산다는 땅에 도착한다. 강가에 다다랐을 때 마을 사람들이 물동이에 물을 채우는 것을 보았다. 저팔계는 물 한 모금만 달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돼지인 모습에 여인들은 한걸음에 달아난다. 저팔계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자기 시주 사발에 강물을 담아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다.

갑자기 저팔계의 배가 경련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두 배로 커지는 게 아닌가. 이를 지켜보던 한 노파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강물을 마셨지요?” 노파는 웃음기를 띠며 물었다.

손오공이 맞다고 대답했다. 이에 노파가 말했다.

“재미있네. 이것은 신기한 잉태의 강이지요.”

노파는 일행에게 여인들만 있는 땅이라 아이를 원하는 여인들이 이 강물 한 모금만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줬다.

여인이 저팔계에게 “이제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통고했다.

저팔계는 울부짖었다.

“나는 남자 돼지인데 어떻게 아이를 가져요. 이제 어떡해요?”

노파는 여인국 여왕에게 호소해 해결책을 찾으라고 말한다. 일행은 노파에게 고맙다고 하고 급히 왕궁으로 향한다.

여왕의 청혼

저팔계와 형제들, 그리고 당승이 여왕의 접견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모르는 새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

여왕이 궁녀들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궁궐 정원을 거니는데 갑자기 불길한 안개가 하늘을 덮친다. 이상한 진동이 공중에 퍼지자 궁녀들이 한 명씩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 때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갈 요괴였다. 전갈 요괴는 침에서 최면 전파를 쏘아댄다. 그리곤 여왕의 몸을 차지해 들어간다. 우연히 발생한 범죄 사건이 아니라 다 목적 있게 계획된 일이었다. 전갈 요괴는 여왕을 알현하려는 당승을 잡아 먹을 계획이었다.

바로 그 때 당승, 손오공, 사오정, 그리고 임신 사실에 몹시 당황하고 있는 저팔계는 여왕을 만나게 된다. 신심이 두터운 당승을 보자마자 전갈 여왕은 기뻐한다. 여왕은 일행에게 저팔계를 고쳐주고 여행을 계속하도록 허락하겠다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바로 당승이 자기와 결혼해 왕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자 당승은 “나는 미천한 중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전갈 여왕은 음흉한 눈길로 “이 왕국의 모든 부가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손오공이 당승에게 여왕의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간청하는 것이 아닌가.

“여왕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서 결혼하세요. 그러면 저팔계도 낫고 저희도 떠날 수 있을게 아닙니까.” 손오공은 윙크를 하더니 여왕에게 “여왕님 저희가 수락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왕은 기뻐하며 해독약을 가져오라 명령했다. 저팔계가 약을 들이키자 배는 금새 원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승은 몹시 화난 얼굴로 손오공을 쳐다봤다.

“어떻게 네가 감히 나를 여기에 머물게 하고 너는 서역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냐? 차라리 죽겠다”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당승의 제자 손오공은 이렇게 귓속말을 한다. “사악한 주술이 여왕을 통제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만약 여왕을 따르지 않으면 저팔계도 낫지 못할 것이 아닙니까. 자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곧 구하려 오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당승이 대답할 새도 없이 전갈 여왕은 그를 홱 채가 버렸다.

손오공은 약속한대로 이들을 몰래 따라갔다. 마지막 호위병이 물러가자 손오공은 당승에게 숨으라고 말하고 자신이 당승으로 변신해 여왕을 기다렸다.

손오공과 전갈 요괴의 대결

곧바로 전갈 여왕이 다시 나타나더니 당승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변신술로 위장한 손오공은 전갈 여왕의 노골적 접근에 화가 나 곧바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여의봉을 꺼내 든다.

“조심해라 이 나쁜 짐승아!”

속은 것을 알아챈 전갈 요괴는 자신의 삼지창을 들었고 대결은 시작된다.

손오공은 귀 뒤에서 머리카락 네 가닥을 뽑더니 마법의 입김을 불어 자신과 같은 손오공을 만든다. 여왕도 요술을 써서 자신과 같은 전갈 요괴 네 마리를 만들어 응수한다. 곧바로 손오공 팀은 전갈 요괴 미니언즈를 굴복시키고 여왕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여의봉을 한번 휘두르자 여왕이 쓰러지더니 사악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빠져 나온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전갈 요괴는 자신의 특기인 최면 음파를 쏘아댄다. 손오공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마법의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온 힘을 모아 강력한 에너지 광선을 발사하자 전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옛 중국 속담에 “머리 석자 위에 신령이 있다(三尺頭上有神靈)”는 말이 있다. 바로 신들이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 순간 신선이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여왕을 원래 모습대로 살려낸다. 신선은 순식간에 나타난 것처럼 또 순식간에 하늘로 돌아간다.

마침내 자신을 되찾은 여왕은 당승과 제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노라고 말한다. 이상한 일로 여정이 늦어진 일행은 그저 누구도 임신이나 약혼하지 않고 다시 만난 것이 기쁠 뿐이다. 그리고 유일한 소원은 다시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라고 답한다.

여왕과 궁녀들은 당승 일행을 여인국 입구까지 바래다 준다. 일행은 이제 다시 29만 km에 달하는 여정에 오른다.

 

2019년 션윈 무용극 ‘여인국’은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의 한 일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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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를 색칠해볼까요?